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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것만 말하는 신이 바란 일이니 옳은 전쟁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따라서 신의 존재가 후퇴한 뒤에도 ‘옳은 전쟁’만은 남았다. 아니, 적어도 이 정도는 남기고 싶다고 인간이 생각했기에 남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20세기에 맹위를 떨치고 21세기인 지금까지 계속 남아, 전쟁을 이끌어내는 측이나 이끌려나간 측 모두, 옳은가 옳지 않은가 하는 문제를 두고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560쪽)
십자군 전쟁이 오늘의 우리에게 묻는다. ‘옳은 전쟁’이란 무엇이고 과연 그 ‘옳은 전쟁’이라는 것이 있는지를.
〈책속으로 추가〉
1191년 9월 7일, ‘아르수프 전투’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남은 이 전투는, 해가 중천에 뜬 오전 9시에 이슬람측에서 울리는 북소리로 시작되었다.
먼저 살라딘이 늘 쓰는 전법대로 궁병들이 일제히 빗발처럼 화살을 쏘아댔다.
튼튼한 갑옷과 투구, 방패로 무장한 그리스도교측 장병들에게 이를 막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날 이슬람의 궁병들은 전진하면서 화살 비를 퍼붓기를 집요하게 반복했다. 이어서 보병부대의 뒤에서 천천히 다가온 기병부대가 숲을 빠져나오자마자 일제히 말에 채찍을 가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보병부대를 통과하고는 둘로 갈라져, 행군하는 리처드군의 전위와 후위를 공격했다.
이때 두 이슬람 기병부대의 속도는, 살라딘의 의도였는지 아닌지 알 수 없으나(나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리스도교군의 후위를 공격하러 간 쪽이 더 빨랐다.
그 결과 그리스도교군 중 제일 먼저 적의 공격에 노출된 것은 가장 후미에서 행군하던 병원 기사단이었다. 게다가 전력질주에 따른 힘을 그대로 받았으므로 공격의 강도도 가장 강력했다.
(…)
바그다드의 칼리프와 그 주변의 이맘들, 그리고 메소포타미아 지방을 지배하는 술탄 알 아슈라프도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십자군을 이끌고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한 교황에게 파문을 당한 황제가 조만간 유럽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황제가 마음만 먹는다면 카이로를 직격할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게다가 이듬해 봄에는 몰타 출신의 해군장수가 이끄는 20척의 배도 팔레스티나로 돌아올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있던 이는 알 카밀뿐이었다.
나블루스로 찾아온 사자의 요청에 응해, 술탄과 황제의 교섭이 재개된 것은 1228년 가을이었다. 첫 교섭은 아코 교외에 있는 황제의 막사에서 이루어졌다. 현실 정치에 투철해야 할 외교 교섭이지만, 알 카밀이 보낸 젊은 태수 파라딘과 프리드리히는 동년배일뿐더러 둘 사이에는 통역도 필요하지 않았다. 시종 친밀한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체스판을 사이에 둔 ‘교섭’이 진행되었다.
(…)
9월에 시작된 교섭은 11월에 접어들자 장소를 옮겼다.
동생 알 아슈라프와의 문제가 타결되어 더는 나블루스에 있을 필요가 없어진 알 카밀이 카이로로 돌아가는 길에 가자에 들렀기 때문이다. 가자에는 술탄의 별궁이 있었다.
이 사실을 안 프리드리히는, ‘성지’에 있는 그리스도교 세력의 수도격이며, 따라서 어엿한 왕궁도 있던 아코를 떠난다. 야파로 이동한 것이다. 진정한 교섭 상대와의 거리를 절반 이상 단축한 셈이다.
야파, 즉 텔아비브는 현재 이스라엘의 수도 기능이 집중되어 있는 이스라엘 제일의 도시다. 한편 지금도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가자는 팔레스티나 사람들의 자치지구이자, 파타하보다 과격한 하마스가 지배하는 ‘가자 지구’의 중심적인 곳이다. 가자 역시 정치 기능이 집중된 도시라 할 수 있다.
텔아비브에서 가자까지의 거리는 불과 17킬로미터 안팎이다. 21세기인 지금, 이스라엘과 팔레스티나는 이 거리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미사일을 쏘아대고 다른 한쪽은 공중폭격으로 대응하며 대치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장소에서, 지금으로부터 8백 년쯤 전인 1228년에서 1229년 사이는,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 공생을 실현하기 위한 교섭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것도 그리스도교 세계 속계의 일인자인 황제와 이슬람 세계 속계의 일인자인 술탄, 즉 정상 중의 정상들이.
(…)
어쨌거나 알 카밀이 시간 벌기로 시작한 교섭은 이렇게 조금씩 진지하게 이교도간의 공생관계 수립을 지향하는 교섭으로 변해갔다. 그러나 그사이에도 프리드리히는 중근동 그리스도교 세력의 안전을 보장할 수단을 강화해가고 있었다.
이때부터 팔레스티나 지방에 튜턴 기사단이 관할하는 성채가 세워지기 시작한다. 그전까지 이 지방에 있던 성채들은 대부분 병원 기사단이나 템플 기사단이 세운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튜턴 기사단이 건설한 성채도 추가된 것이다. 프리드리히의 적극적인 원조가 없었다면, 창설된 지 10년 남짓한 튜턴 기사단이 도저히 실행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프리드리히가 튜턴 기사단만 특별 취급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기사단이 소유한 성채라도 전략상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보강공사를 원조했다. 또한 병원 기사단 단장과 자주 의견을 나누었는데, 항구도시 방어의 핵심에 속하는 성채 역시 전략상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성채 운영에 오랜 경험을 가진 병원 기사단에 일임했다.
평화를 위한 교섭을 계속하는 한편 방어력의 강화를 잊지 않은 것인데, 이런 공사는 이끌고 온 병사들을 활용하는 동시에, 중근동의 그리스도교도 사이에 뿌리 깊게 남아 있던 강경파의 시선을 교섭에서 다른 곳으로 돌리는 효과도 있었다. 강경파의 눈에는, 강력한 군대를 이끌고 왔으면서도 교섭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부정적으로 비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
야파와 가자에서 양측이 강화를 위한 교섭을 시작한 것은 1228년 11월이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1229년 2월, 드디어 교섭이 타결되었다. 그동안 끈기 있게 교섭을 진행해온 프리드리히가 이긴 것이라고 보아도 좋을 내용이었다.
2월 18일 아침, 먼저 야파에서 프리드리히가 조약서에 서명하고 날인했고, 그날 밤 가자에서 알 카밀이 서명과 날인을 마쳤다. 두 사람은 실제로는 한 번도 만나지 않고서 강화를 성립시킨 것이다.
_본문 380~387쪽
최후의 날
(…)
예상대로 이슬람군은 아코를 둘러싼 성벽 중 가장 수비가 탄탄했던 템플 기사단과 병원 기사단의 담당구역을 피하고, 비교적 수비가 약한 ‘성 안토니오 탑’에서 ‘저주받은 탑’을 거쳐 ‘대주교 탑’에 이르는 동쪽 성벽으로 대거 침입했다.
이 적군의 침입로에 해당한 튜턴 기사단 본부는 순식간에 적의 물결에 휩쓸리고 말았다. 그러나 튜턴 기사단 기사들이 필사적으로 버틴 덕에, 황제 프리드리히에게서 하사받은 광대한 본부 건물만은 지킬 수 있었다.
(…)
템플 기사단의 단장 기욤 드 보죄도 중상을 입어 꼼짝 못하게 된 이들 중 하나였다. ‘티루스의 템플 기사단 기사’는 그에 대해 이렇게 썼다.
“적이 던진 창 하나가 우리 단장을 관통했다. 왼팔을 들어올리는 참에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창에 찔린 것이다. 단장은 그날 방패를 들고 있지 않았다. 칼은 너무 많은 적병을 베어 무뎌지고 부러져 더는 쓸 수가 없어 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그에게는 오른손에 든 지휘봉이 전부였다. 적병이 던진 창은 겨드랑이 아래 흉갑과 팔을 보호하는 무구의 틈새를 직격해서, 반대쪽으로 손바닥 길이가 넘게 꿰뚫고 나왔다.
그가 평소에 창이나 화살을 간단히 관통할 만한 무구를 착용했던 건 아니었다. ‘저주받은 탑’이 위태롭다는 말을 듣고 서두르는 바람에 주변에 있던 가벼운 갑옷과 투구만 걸치고 달려나왔던 것이다.”
심각한 부상이라는 건 누가 봐도 분명했다. 중상을 입은 템플 기사단 단장 기욤 드 보죄는 피가 철철 흐르는 와중에도 정신은 또렷했으나 목소리를 낼 수는 없었다.
그런 그를, 옆에서 함께 싸워온 병원 기사단의 부단장 마티외 드 클레르몽이 주위에 있던 템플 기사단 기사들의 도움을 받아 아코 성내에 있는 건물로 옮겼다.
그러나 그의 상태는 절망적이었다. 기욤 드 보죄는 마티외 드 클레르몽에게 안긴 채 숨을 거두었다. 마흔한 살에 맞이한 죽음이었다.
전우의 시신을 조용히 땅에 눕힌 마티외 드 클레르몽은, 그의 동료인 병원 기사단 기사들이 도피해 있는 기사단 본부로 향하지 않았다. 대신 이미 항구 근처까지 밀어닥친 적진으로 뛰어들어갔다.
템플 기사단과 병원 기사단이 이슬람을 상대하는 전투집단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1118년부터 이 아코 공방전까지 173년 동안, 두 기사단은 함께 협력해 싸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두 기사단 모두 성지 수호를 기치로 내세운 십자군의 상설 군사력이었다. 단원 수는 적어도 개개인의 전투능력이 뛰어난 특수부대라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그만큼 라이벌 의식도 강했다.
또한 당시 유럽에 많았던 ‘떠돌이’ 기사, 즉 주군이 없는 자도 가입할 수 있었던 템플 기사단과, 왕이나 봉건영주의 가계와 연관이 있는 이른바 귀족 출신만 단원으로 받아들였던 병원 기사단은, 단원의 일상생활부터 조직의 구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전투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달랐다.
게다가 템플 기사단의 단원이 대부분 프랑스 태생인 데 비해, 병원 기사단의 단원은 유럽 각지에서 모였다는 차이점도 있었다.
십자군의 역사를 통틀어 주역을 맡아온 이 두 종교 기사단의 기사들이 소속의 경계를 넘어 함께 싸운 것은 이 아코 공방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템플 기사단 단장과 병원 기사단 부단장이 마치 등을 맞대고 싸우듯 함께 분투한다.
중상을 입고 쓰러진 템플 기사단 단장을 병원 기사단 부단장이, 아직 적이 침입하지 않은 건물로 옮긴다.
그리고 병원 기사단 부단장의 품에 안긴 채, 템플 기사단의 단장이 숨을 거둔다.
전우의 죽음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병원 기사단 부단장은 자신의 위치를 내버리는 행동을 한다. 그가 속한 기사단의 단장이 중상을 입고 키프로스로 탈출했으므로, 이제 아코에 남은 단원들을 이끄는 임무는 그에게 있었다. 그런데도 동료들이 피해 있는 본부로 향하지 않고, 밀려드는 적들 속으로 뛰어들어가 장렬한 죽음을 맞는 쪽을 택한 것이다.
그런 그의 뒷모습이, 지금까지 현장을 증언한 템플 기사단의 젊은 기사에 의해 후세에 전해진다.
이러한 일은 173년 동안 단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다. 이때 아코에서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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