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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서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국의 대(對)한반도 군사개입’을 주제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의 대외관계, 동북아 국제정치경제, 한반도 문제 등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관점을 평이한 언어로 소개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려고 한다. 동덕여자대학교와 강원대학교 등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연구센터 HK+ 연구교수로 한반도와 북방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중미 관계와 일대일로의 정치경제: 달러 패권에 대한 취약성 극복을 중심으로”(2016), “푸코가 중국적 세계 질서를 바라볼 때: 중국적 세계 질서의 통치성”(2014)
22~23쪽: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양국은 한 몸이 되었다. 2019년 양국 간 제조업 상품 무역 거래만 봐도 수출입을 합쳐 5581억 달러에 달한다. 2018년 본격화된 무역 분쟁으로 전년에 비해 1000억여 달러가 감소했음에도 그 정도 수준이었다. 중국에게 미국은 최대 무역 상대국이고, 미국에게 중국은 세 번째 무역 상대국이다.
85쪽: 파국이었다. 중국군 18만여 명이 죽었고 미군은 4만여 명이 죽었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실종되거나 부상을 당했다. 전쟁 직전까지 관계 정상화의 가능성이 있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극적인 상황 반전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미중 관계는 1971년 미국 탁구 대표팀이 중국을 방문하기 전까지 철저히 단절됐다. 그때까지 “달에 갔다 온 미국인이 중국에 다녀온 미국인보다 많았다.”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119쪽: “키신저 보좌관은 위장병 때문에 나치아가리에서 휴양하고 있습니다.” 1971년 7월 8일 주 파키스탄 미 대사관은 이렇게 밝혔다. 백악관 안보 보좌관 키신저는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태국과 인도를 거쳐 파키스탄을 방문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키신저는 파키스탄 대통령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한 후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다. …… 키신저는 7월 9일 베이징 공항에 내려 곧바로 댜오위타이釣魚臺로 향했다. 그를 기다리던 저우언라이는 “중미 양국의 고위급 외교 관리가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한 악수라며 반갑게 맞이했다.”
154쪽: 중국이 현재의 대미 수출 지향형 경제구조를 바꾸지 못하는 한 취약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특히 현 중국 사회의 핵심 엘리트 계층이라 할 수 있는 도시지역 관료와 ‘홍색 자본가’들이 이런 대미 경제구조의 핵심 수혜자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정치경제학자 훙호펑의 지적대로 중국은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신브레턴우즈 체제의 논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국가일지도 모른다.
199쪽: 타이완은 결국 미중 양국에 딜레마가 된다. 양국은 타이완을 포기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타이완 때문에 서로 싸울 수도 없다. 딜레마는 해결책이 없기 때문에 관리만 할 수 있을 뿐이다.
240쪽: 실제로 무역 지표들은 일대일로가 중국의 대미 시장 의존도를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 중국 통계 기준 2019년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8.5%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전체 무역 흑자는 오히려 25.1%나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대미 무역 흑자 감소분을 일대일로 참여국과의 무역 흑자로 초과 만회한 것이다.
264쪽: 미중 양국이 군사력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은 서로 전쟁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국가들로부터 신용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정치 영역에서 신용은 보통 ‘지도력’leadership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278쪽: 미중 양국은 차라리 피트니스 대회 결승전에 오른 두 명의 선수와 같을지 모른다. 그들의 목표는 몸싸움으로 승부를 내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근육을 뽐내 명성을 얻는 것이다. 전쟁을 할 수 없는 세상에서 군사력을 증강하는 이유가 그 외에 무엇이 있을까?
306~307쪽: 한국은 언제나 미국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의 동시 발전은 불가능한가? 미중 관계를 어떻게 독해하느냐에 따라 그 답은 달라진다. 미중 관계가 정말 패권 경쟁 상황이라면 한국은 한미 동맹 강화에 전력하든지, 아니면 한미 동맹을 약화하거나 심지어 해체함으로써 대중국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 그러나 미중 관계가 패권 경쟁 상황이 아닌 카르텔 관계라면, 이런 전략들은 어떤 경우든 한국의 이익을 훼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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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한반도의 관점에서 미중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에게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두 나라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바로 이 두 나라, 미국과 중국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반도 사드 배치 사태에서 우리가 경험했듯이 국방 예산 세계 1, 2위인 두 나라 간의 군사적 긴장은 물론이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중국 IT 기업들에 대한 제재 등 경제적 갈등은 한국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양국 간 긴장이 높아질수록 한국은 ‘두 나라 사이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라는 난처하고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피해 갈 수 없다. 이 질문이 바로 이 책의 출발점이다. 한국은 한미 동맹 강화를 선택해야 하는가? 아니면 한미 동맹이 약화되더라도 대중국 관계를 강화해야 하는가? 혹은 두 나라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 그러다가 (2015년과 중국의 전승절 행사 참석과 2016년 2월 사드 배치 협의 시작 선언이 그랬듯이) 양국 모두로부터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 두 강대국 사이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모든 문제를 강대국들의 책임으로 돌리고 자신의 운명에 대한 방관자가 될 것인가?
?미중 카르텔?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다른 시각에서 보자고 제안한다. 양국 관계가 패권 경쟁 상황이 아니라 카르텔 관계라면? 이 책은 그동안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대결적 관점에서 설명해 온 기존의 지배적인 시각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책이다. 양국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한국의 선택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친미냐 친중이냐’와 같은 문법에서 벗어나, 한반도의 관점에서 대안을 모색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할 수 있겠다.
제3의 시각: 카르텔 관계, 갈등적 상호 의존 관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개념으로 유명한 하버드 대학교 석좌교수 그레이엄 앨리슨은 과거 500여 년 동안 총 16개의 패권국-부상국 관계 가운데 12차례가 전쟁으로 귀결되었는데, 미중 간에도 상호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전쟁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국 위협론에 바탕을 둔 이런 관점은 미국의 주류적 관점을 대표하며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중 카르텔?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이 도전하는 것은 이런 관점이며, 미중 관계를 자본주의 국제 질서 안에서 경쟁하는 일종의 카르텔 관계이자 갈등적 상호 의존 관계로 보자는 것이다.
미중 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안내서
양국 관계의 역사적 순간들에 대한 분석과 중요한 쟁점에 대한 주장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입체적으로 구성된다. 첫 만남(중국의 개항)부터 항일 시기, 중국 혁명,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미중 수교와 중국의 개혁 개방 등 중요한 역사적 장면에서 양국의 선택과 그 결과가 서술되며, 중국이 개혁 개방 이후 달러 체제에 편승한 뒤 양국 경제의 동조화(coupling), 중국의 대미 취약성과 달러 의존성 등의 경제적 쟁점, 타이완 문제, 북한 문제, 양국의 군사력 경쟁 등의 군사적 쟁점, (미국의) 중국 위협론과 (중국의) 반미 민족주의 등의 담론 등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미중 카르텔’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지난 150년 동안의 미중 관계사인 동시에 지정학?지경학?국제정치경제, 한반도 문제 등 여러 맥락에서 현안들을 분석한 안내서라고도 할 수 있다. 자칫 어렵거나 지루해질 수 있는 주제를 다각도에서 흥미로운 사례나 비유를 통해 일반인도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쓰고자 노력했다.
중국의 대미 취약성 벗어나기
이 책을 읽고 나면 일대일로, 위안화의 국제화, 기술 굴기와 같은 중국의 미래 비전이 대미 취약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의 개혁 개방 자체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달러 체제에 편승하는 것이었으므로, 중국은 빠른 경제 성장과 동시에 대미 취약성도 커지는 딜레마에 처하게 되었다. 중국은 미국의 세 번째 무역 상대국이며, 2019년 미국으로부터 3452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얻었다. 2020년 2월 현재 중국의 미 채권 보유액은 1조923억 달러로 미 채권 총 발행량의 15%를 차지한다. 일본(1조2683억 달러)에 이은 2위이며, 3위 영국(4032억 달러)과 비교해서는 압도적으로 많다. 일견 중국이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자에 따르면, 중국의 흑자는 중국이 미국의 독점 상품인 달러를 구매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미국으로부터 벌어들인 달러로 다시 미국의 채권을 구매하고, 미국 경제와 동조화됨에 따라 ‘달러 함정’에 빠지고 대미 취약성도 커지는 것이다. 또한 중국은 저렴하고 대체 가능한 소비재를 미국에 수출하고, 대체 불가능한 지식 상품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하이테크 기업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중국 기업, 나아가 중국에 큰 타격이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취약성, 즉 기술?지식 상품에 대한 의존, 이른바 ‘달러 중독’, 높은 무역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 중국의 ‘일대일로, 위안화의 국제화, 기술 굴기’인 셈이다.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꿔야 하는 위치에 있는지도 모른다.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이 책이 미중 관계에 대한 관점을 문제 삼는 것, 즉 대립적 관점이 아니라 카르텔의 관점에서 바라보자고 제안하는 것은, 그것이 바로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별하고,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기 위한 출발점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중국과 미국의 행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나아가 국내에서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는 데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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