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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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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말에는 공포의 문화로 인한 대가가 늘 극명하게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마약과의 전쟁’ 같은 교묘한 속임수들(6장), ‘반사회적 청소년들의 위협’이라는 그럴듯한 주장(3장), ‘가짜 질병’들이 몰고 온 공포(7장)들은 이미 그 비용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한계가 있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부풀려진 근거 없는 공포가 더욱 오래 지속되는 비참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포를 빌미 삼아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시민들의 권리를 박탈하고, 수감자에 대한 고문을 허용하고, 이민자들을 체포해서 추방하고, 그 밖에도 무수한 잘못된 조치들을 취해왔다(10장과 에필로그).
테러에 대한 공포로 온통 정신이 곤두선 나머지, 나날이 시급해지는 국내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미국인의 건강과 복지 문제는 심각한 상태로 오랜 기간 방치됐고, 규제가 턱없이 부족한 금융 제도는 200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초까지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 주범이 됐다. 취약한 금융 제도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끊임없는 선전, 선동에 밀려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미국의 국가 안보는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를 두려워할 때보다 더 크게 훼손됐다.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방치할수록 가장 두려운 최악의 미래는 도래하기 마련이다.
--- 「다시 ‘공포의 문화’를 마주하며」 중에서

우리는 왜 진짜 문제는 놔두고 가짜 위험에 이토록 관심이 많은 것일까? 전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큰 문제에 대중이 관심을 갖게 하고, 이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닐지 나는 생각했다. 지금도 무수히 많은 총기가 미국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감당이 안 되지만, 그래도 차량 안에 싣고 다니는 총기는 그나마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진실은 그게 아니었다. 이러한 가짜 위험들은 심각한 도로 정체와 총기 문제를 비롯해 다루기 힘든 사회 문제들을 외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방편이 된다.
--- 「1장. 도로와 학교를 둘러싼 근거 없는 가짜 뉴스들」 중에서

실제로 직장 폭력에 대한 기사들은 도입부에서 한결같이 인원 감축에 대한 언급을 하며 이것이 잠재적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기업의 대량 해고 자체를 사회적 병폐로 간주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누굴 악당으로 지목해야 할까? 피고용자 수만 명을 해고하는 대가로 수백만 달러를 받아 챙기는 CEO는 악당일까? 아니면 치열한 글로벌 경제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영웅일까? 기자들 역시 피고용인으로서 자신들의 상사뿐만 아니라 방송국을 소유한 오너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언론사에서도 정기적으로 해고통지서가 날아오는 판국에, 대량 해고를 정면으로 걸고 넘어질 만큼 용기를 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 「2장. 뉴스 속 범죄와 현실 속 범죄 사이의 간극」 중에서

빈곤, 마약, 범죄의 소굴로 여겨지는 뉴욕 사우스브롱스나 LA 사우스센트럴뿐만 아니라 우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교외 지역과 작은 마을에서도 무기로 무장한 폭력적인 아이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전문가의 말을 빌려 ‘여러분의 아이도 이렇게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국 카운티 열 곳 중에 여덟 곳은 청소년 살인 범죄가 1년에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언론은 별로 관심이 없다. 앞서 봤던 대로 언론과 정치인들은 1997년과 1998년 캠퍼스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들을 솜씨 좋게 엮어 작은 마을에 사는 아이들이 미쳐가고 있다는 증거로 이용했다. 교외 지역의 경우에는 여러 사건을 찾을 필요도 없었다.
--- 「3장. 무고한 누명을 쓴 청소년과 과잉 보호된 청소년」 중에서

20세기의 마지막 10년 동안 전례 없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수의 매체들이 총동원돼 초당파적인 희생양 만들기 작전이 펼쳐졌다. 댄 퀘일(Dan Quayle), 빌 베넷(Bill Bennett)과 같은 보수정치인들은 물론 제시 잭슨(Jesse Jackson), 조슬린 엘더스(Joycelyn Elders), 다니엘 패트릭 모이니한(Daniel Patrick Moynihan) 같은 진보적인 인사들도 한목소리로 10대 엄마들을 ‘문명 파괴자’라고 매도하며 비난을 퍼부었다. 당연히 언론도 합세해 10대 엄마에게 들어가는 세금이 연간 21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하며 우리 사회의 ‘암적인 존재’이며 ‘사회가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범죄자들을 길러낸다’고 주장했다.
--- 「4장. 범죄자를 키운 괴물엄마로 둔갑한 싱글맘」 중에서

내 주장을 계속 펼쳐 나가기 위해 수전 손택의 말에 내 생각을 보태고자 한다. 과학적 지식의 부족으로 이해하기 힘든 치명적인 질환을 이해하기 위해 은유를 활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직시하고 싶지 않은 사회 문제를 회피할 요량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질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나는 그러한 질병을 ‘은유적인 질병’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은유적인 질병은 바로 신경 쇠약이다. 신경 쇠약은 19세기 미국에서 성행했으며 주로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진단받는 병이다. 증상으로는 극심한 피로, 근육통, 정신 착란, 오한과 열이 난다고 알려져 있다. 앞으로 이야기할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은유적인 질병은 건강 염려증과 다르다. 건강 염려증은 대체로 그러한 염려를 할 만한 증세를 실제로 보인다. 또 병원에 가보면 이미 심각한 상태까지 발전한 경우도 많다.
--- 「7장. 질병으로 장사를 하려는 사람들」 중에서

.--- 「10장. 새로운 세기에 등장한 새로운 공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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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바이러스와 백신 백신에 대한 공포, 항공 사고, 전쟁, 테러, 인종 차별 …
대중의 불안한 심리를 자극하는 의도적인 가짜 뉴스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 19가 전 세계인의 일상을, 말 그대로 지워버렸다.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지에서 백신을 개발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끝이 보이지 않던 팬데믹의 종식을 선언하는 듯하다. 하지만, 백신 보급이 가시화되기 시작하면서 한쪽에서는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루머와 비관적인 뉴스들이 또다시 대중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기 시작한다. 이처럼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자극하는 뉴스와 목적에 따라 의도적으로 짜맞춘 통계 자료의 등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중과 여론을 자극해 이슈를 바꾸고 힘의 균형을 뒤집을 수만 있다면 미디어는, 정치인들은, 기업들을 매년 돌아오는 유행성 독감부터 전 세계를 마비시킨 팬데믹까지, 개인의 건강에서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는 전염병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이슈로 만들었다. 전쟁과 테러의 위협이 들끓을 때는 무슬림으로, 인권 차별 문제가 한창일 때는 흑인과 여성으로, 범죄율이 치솟을 때는 청소년과 흑인으로 그 대상을 바꿨을 뿐이다. 그들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다. 현실을 조금 더 과장되게, 왜곡되게 알리어 대중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것, 그로 인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공포의 문화』의 저자 배리 글래스너는 미국 정치인들이 사실과 통계를 조작해 대중의 공포를 유발한 다음, 여론을 잠재울 정책을 제시하고 권력을 다지는 데 누구보다 능통하다고 말한다. 그는 그들을 공포행상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대중은 사랑이 아니라 공포에 반응한다”고 말한 닉슨을 비롯해 청소년 범죄와 10대의 임신 문제를 ‘병든 사회’로 포장한 빌 클린턴, 9·11테러가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면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조지 부시, 미국 정치사의 독보적인 공포팔이 도널드 트럼프까지,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들의 공포심을 자극한 미국 역대 대통령들을 소환한다.
또 다른 공포행상인 언론사들도 소위 ‘뉴스가 될 만한’ 이슈들만 선별적으로 다룸으로써 대중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오히려 대중들의 심리를 적극 활용한다는 데서 자유롭지 않다고 강조한다. 기업의 인원 감축과 직장 내 폭력 사건을 절묘하게 이어 붙임으로써 정작 중요한 정리 해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따돌리는 식이다. 또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는 데 있어 인종과 성, 청소년에 대한 잘못된 고정 관념과 오해를 반영하는 편향성도 줄어들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질병에 노출된 환자나 사실보다 과장된 의료 사고 피해자, 항공 사고의 잠재적 피해자일 수 있다는 대중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보험과 법률 상담으로 돈벌이를 하는 기업도 공포행상의 한 축으로 예외일 수 없다.

그들의 거짓말에 속지 말고,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말라
지금 우리에겐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1999년에 이어 다시 『공포의 문화』를 펴낸 배리 글래스너는 지난 20년 동안 미국 사회에서 공포의 문화가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공포들이 등장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포들에 맞서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보를 가려내는 힘을 강조한다. 실제로 오늘날 전 세계 미디어에서 가장 예의주시하는 것은 가짜 뉴스와 이를 가려내기 위한 팩트 체크다.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상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즉 다양한 정보들을 주체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공포행상들이 만들어내는 가짜 뉴스와 공포심에 휩쓸려 어마어마한 돈과 인력이 낭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 방점을 찍는다. 특정 압력 단체에게만 이권이 돌아가는 정책에 쏟아부은 막대한 인적, 물적 자원을 생각한다면 무엇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대비책이 되는지는 자명하다. 누군가의 나쁜 의도에 의해 공포가 생산되고 대중들에게 확산되는 과정을 살펴보는 이 책이 권력자, 언론, 압력 단체, 기업들이 제시하는 정보들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힘, 더 이상 불안한 심리와 죄책감에 휘둘리지 않는 힘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올해 가장 중요한 사회학 책 중 하나이자 무엇보다 두려움 없이 볼 수 있는 책
- [커커스리뷰]

오늘날 가장 널리 퍼진 망상 중 하나인 근거 없는 공포의 이면을 대담하게 폭로한다
- [LA타임스]

상식적인 언론 전문가들에게 꼭 필요한 지침서
- [아메리칸프로스펙트]

누구보다 오늘날의 세상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사회학 석학의 책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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