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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인문학의 옴파로스』는 그리스는 인문학의 옴파로스, 즉 배꼽이다. 이 배꼽을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인문학의 역사와 신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리스 이후의 인문학은 그리스에 대한 해석, 재해석, 재재해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피라모스와 티스베를 새롭게 각색한 희곡이며,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서 틀을 빌린 소설이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도 그 시작은 모두 그리스의 인문정신이다. 그리스는 인문학의 모체, 인문학의 샘, 인문학의 고향이다.
들어가는 말
첫 번째 섬, 그리스 비극의 세계
고귀한 품성 | 권력을 나누다 | 1인 1필지 토지개혁 | 식초에 담근 화폐 | 함께 먹고 함께 키운다 | 스파르타의 응답 “500년”
다섯 번째 섬, 헤로도토스 《역사》
거대한 전쟁의 서막(序幕)
“그건 뇌물” | 전쟁의 도화선 | 다리우스 1세의 와신상담
마라톤 평원의 혈투
마라톤에 상륙한 페르시아 군대 | 제국을 압도한 민주국가
레오니다스와 300인의 영웅들
나는 관대하다 | 5백만 대군의 진격 | 그리스의 자유를 수호하라 | 테르모필레 전투 | 영웅을 기리다
살라미스 해전, 그리스의 명량 대첩
크세르크세스의 오판 | 전략전술의 승리 | 퇴각하는 크세르크세스 | 또 다른 전쟁의 시작
여섯 번째 섬, 투키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해양강국 아테네의 야망
세력균형의 붕괴 | 케르키라와 코린토스의 분쟁 | 포테이데이아 분쟁 | 메가라 결의 | 스파르타의 전쟁 결의
그리스의 해방(解放)자 스파르타
그리스의 공적(公敵) 아테네 | 소극적 공격과 적극적 수비 | 페리클레스의 연설
전쟁보다 무서운 호환마마
전쟁에 역병까지 덮친 아테네 | 아테네 민중의 분노
케르키라 내전의 깊은 상처
내전의 발생 원인과 경과 | 내전의 성격
미틸레네 쉰들러 리스트
도시국가들의 이합집산 | 레스보스 섬의 반란 | 민중의 목숨을 구한 디오도토스
스파르타의 해방 전도사 브라시다스
관대한 브라시다스 | 브라시다스와 투키디데스의 조우
평화협정과 아테네―스파르타 동맹
50년 평화협정 | 아테네―스파르타 동맹
흔들리는 평화체제
코린토스―아르고스 동맹 | 지지부진한 조약의 이행 | 개별적 동맹 체결과 조약 위반
막 내리는 평화체제
훼손되는 조약문 | 엎치락뒤치락하는 민주제와 과두제 | 강자의 이익과 보편적 선(善)
아테네의 시칠리아 원정
니키아스 vs 알키비아데스 | 신성모독 사건 | 스파르타로 망명한 알키비아데스
저무는 아테네, 떠오르는 스파르타
밀리는 아테네 | 귀신 잡는 길립포스 | 유린당하는 본토 | 철군을 검토하는 아테네 | 월식(月蝕)이 가로막은 철군 길 | 니키아스의 최후
변혁의 소용돌이
기울어지는 세력균형 | 민주정부가 전복(顚覆)되다 | 요동치는 정국 | 민중파의 반격 | 혼합정부의 탄생 | 순망치한(脣亡齒寒)
에필로그, 정의의 얼굴
접기
출판사 서평
그리스 인문학의 체취를 느끼고 음미하기 위해 옴파로스를 향한 항해를 떠나보자
인문학은 그리스라는 탯줄을 끊고 세상에 나왔다. 그리스는 인문학의 옴파로스, 즉 배꼽이다. 이 배꼽을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인문학의 역사와 신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리스 이후의 인문학은 그리스에 대한 해석, 재해석, 재재해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피라모스와 티스베를 새롭게 각색한 희곡이며,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서 틀을 빌린 소설이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도 그 시작은 모두 그리스의 인문정신이다. 그리스는 인문학의 모체, 인문학의 샘, 인문학의 고향이다.
첫 번째 섬, 그리스 비극의 세계
옴파로스를 향한 항해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둘러볼 곳은 그리스 비극이라는 섬이다. 이 섬의 주인은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다. 이들은 그리스 비극을 대표하는 3대 시인이다. 이들이 노래하는 소재의 궤적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호메로스의 서사시나 그리스 신화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다. 트로이 전쟁을 비롯한 신화 속의 영웅들이 주된 소재로 등장한다. 그러나 관점은 확연히 다르다. 호메로스가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서 말하는 불의(不義)가 여기서는 정의(正義)로 뒤바뀌기도 하고, 신화에서 말하는 일탈과 불륜이 여기서는 사랑과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기도 한다.
두 번째 섬, 그리스 신화의 세계
그리스 인문학의 바다에서 다음에 우리가 둘러볼 곳은 그리스 신화라는 섬이다. 이 섬에는 뚜렷한 주인이 없다. 그러나 권위자는 있다. 토마스 불핀치와 오비디우스가 바로 그들이다.
토마스 불핀치는 『신화의 시대』(Age of Fable)라는 책의 저자다. Fable이라는 영어 단어는 국내 작가들이 우화, 전설로 번역해서 사용하지만 책의 내용으로 볼 때 우화나 전설이 아니라 신화로 번역하는 것이 올바른 용어 선택이다. 문어체로 된 영미권의 텍스트에서는 신화를 fable로 표기한다.
오비디우스는 『아이네이스』라는 서사시를 쓴 베르길리우스와 함께 로마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변신이야기』(Metamorphoses)의 저자다.
우리가 재미있게 읽는 각종 그리스 신화 혹은 로마 신화는 대부분 토마스 불핀치와 오비디우스의 책을 짜깁기 혹은 재해석한 것들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 섬을 둘러보면서 특별하게 주인의 눈치를 살필 일은 없다. 워낙 유명한 명승지라 모든 곳이 다 개방되어 있고, 사진 촬영도 무제한 허용되어 있다. 우리는 이번 항해에서 토마스 불핀치나 오비디우스처럼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해서 신화 속에 숨어 있는 인문학적 메시지를 찾아내는 데 주력할 것이다.
그리스 신화는 주로 비극이다. 사랑을 주제로 한 신화도, 전쟁을 주제로 한 신화도, 권력을 주제로 한 신화도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그러나 신화의 비극에는 그것이 단순한 비극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비극은 나무로, 별로, 동물로 형상화되어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항해에서 우리가 다음에 도착하는 섬은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라는 쌍둥이 섬이다. 이 섬을 거치지 않고는 배꼽 근처로 갈 수가 없기 때문에 부득불 우리는 이 섬도 둘러봐야 한다. 우회로는 없다. 이 두 섬은 그리스 인문학의 관문에 해당된다. 섬의 주인은 호메로스다. 『일리아드』는 그리스와 트로이 간의 전쟁을 기록한 서사물이며, 『오디세이』는 목마의 꾀를 내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오디세우스 장군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겪은 모험담이다.
이 섬에서 우리는 아킬레우스와 헥토르, 아이아스, 오디세우스와 같은 인간 영웅들과 제우스,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와 같은 신들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가 이 섬을 찾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간 영웅들과 올림포스의 신들이 어우러져서 펼치는 트로이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인문학적인 메시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참고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라는 그리스어를 영어로 옮긴 것이다. 그리스 인문학의 바다를 항해하는 입장에서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라고 해야 마땅하겠지만 여기서는 통상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영어식 이름을 계속 쓰기로 한다.
인문학의 옴파로스를 향한 항해에서 우리가 다음에 둘러볼 곳은 인간 영웅들의 섬이다. 이 섬에는 신화시대가 아니라 역사시대의 영웅들이 거주한다. 이들은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만큼이나 후대에 널리 이름을 떨친 인간 영웅들이다. 이들에 관한 행적을 자세하게 기록한 대표적인 문헌은 플루타르코스의 『비교열전』이라는 책이다. 우리에게 『영웅전』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 책에서 플루타르코스는 그리스 시대의 인간 영웅들과 로마 시대의 인간 영웅들 가운데 대표적인 사람 23명씩을 골라 그들의 행적과 사상을 쫓고 있다. 두 명씩 짝을 지어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하면서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원작의 제목도 『비교열전』이라고 붙였다. 인물들에 대해 비교적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은 그리스 인문학의 바다를 항해하는 우리에게 더없이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한다. 아울러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한다.
이 책을 지도 삼아 섬을 둘러보겠지만 플루타르코스의 인물 묘사를 그대로 쫓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인문학의 옴파로스 그리스를 향한 항해에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둘러볼 곳은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라는 섬이다. 이 섬에서 우리는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두 맹주(盟主)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에 벌어졌던 동족상잔의 상흔을 만나게 된다.
특히 6·25라는 뼈아픈 내전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인문학의 옴파로스, 그리스를 향한 항해를 마치지 전에 꼭 둘러봐야 할 섬이다.
이 섬을 둘러보면서 우리가 가장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투키디데스의 손끝이다. 그가 어떤 관점에서 아테네와 스파르타라는 같은 민족끼리의 전쟁을 바라보는지, 그가 이 전쟁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교훈이 무엇인지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기록하는 투키디데스의 손끝을 주목해야 한다. 역사가로서 투키디데스의 손은 매우 유려하면서도 진지하다. 그러면서 날카롭다.
『총균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가장 만나보고 싶은 역사적 인물로 투키디데스를 꼽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 박영규는 대학 총장 출신의 늦깎이 인문학자다. 총장 재직 시절 학생들을 위한 특강을 준비하면서 손에 쥐게 된 고전의 매력에 푹 빠져 본격적인 인문학자의 길로 나섰다. 서울대 사회교육학과와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나왔으며, 중앙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공기관 임원과 한국승강기대학교 총장을 지낸 후 한서대학교 국제관계학과 대우교수를 역임했다. 중부대학교에서 정치학과 인문학을 가르쳤으며, 지금은 건양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정치학자에서 인문학자로 전향(?)한 이후 처음으로 펴낸 『인문학의 눈으로 본 행복한 국가와 정치』가 2015년 교양부문 세종도서로 선정되었다. 중부대학교에서 개설했던 인문학강좌의 내용을 다듬어 2016년 4월 『인문학을 부탁해』라는 단행본으로 출간했으며, 이번에 펴내는 『그리스, 인문학의 옴파로스』는 늦깎이 인문학자로서 저자가 선보이는 세 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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