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언약] No. 75. 트릴레마에 빠진 디아스포라 유대인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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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스 #베네딕트 #수도회 ‘알베르게’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지혜의 왕, 솔로몬과 같은 이름. 스페인 출신 유대인으로 왼 자리 건너편에 앉아있었습니다. 어떻게 이 길에 들어섰냐고 물으니 디아스포라 유대인으로 가톨릭으로 개종한 ‘콘베르소’ 후손이라 했습니다.

개종 안 하고 스페인을 떠나 다른 유럽, 이슬람 국가로 이주한 유대인, ‘세파르딤’은 오늘날 ‘딥스’라 불리는 유대 그림자 세력의 원조입니다. 후손답게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을 지지하는데 카발, 유대 신비주의의 음존재, ‘아인 소프 오르’ #Ain Soph Aur를 설명하며 자멸하는 저주를 받은 세계에서 나타나는 증거가 바로 완전한 숫자 3의 현현이라고 했습니다.

오늘날에는 ‘듣는다’는 부류는 피해야 한다고. 차라리 혼자 말하고, 기도하고, 살아내는 게 중요한 시대라고 곁들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성 안셀무스의 테제처럼 “믿기 위해 알려는 게 아니라 알기 위해 믿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밤새 그와 대화를 나누다 새벽녘에 잠이 들었습니다.

이 길의 최종 목적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100km를 앞둔 #뽀르또마린.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고지가 바로 앞, 걸어서 겨우 한 시간 거리인데 사흘을 옴짝달싹 못 하며 떠나지 못했습니다. 순전히 그 때문입니다. 디아스포라 유대인의 후손.

자랑스런 후손으로 복수와 귀환을 위해서라면 어떤 앞잡이라도 해야만 하는 트릴레마에 빠진 것처럼. 사흘 내내 그간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각기 다른 예언도. 무엇이 맞을까 아니 어떤 예언대로 이뤄질까. 다가올 미래가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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