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언약] No. 72. 손톱 깎는 일도 귀찮고 지친 특이점이 왔을 때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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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자의길 #중간  #깔사디야 데 로스 에르마니요스 옆길로 새다.

처음과 달리 길은 점점 지루했습니다. 들판이 끝없이 이어지고 온통 평지에 그늘 없는 밀과 보리, 자갈밭을 지나니 지치고 모든 게 귀찮았습니다. 차라리 온갖 벌레가 들끓어 시야를 가려도 #나무아래 그늘진 흙길이 나을 것 같았습니다.

꿈과 예언, 낭만은 사라지고 현실에 지쳐갔습니다. 발렌시아주로 들어서 메세타 평원을 마주하며 고립되고 고독한 여정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그러다 결국 메세타 중간에서 급격한 탈수를 경험했습니다. 피레네를 넘을 때 겪었던 탈진과는 완전히 다른, 온몸의 물이 순간 말라버려 영혼까지 타들어 가는 것 같았습니다.

오리지널 루트인 프랑스 길과 나뉘는 옛 로마 길이 나타났습니다. 또 뭔가에 이끌리듯, 옆길로 샜습니다. 철길을 넘어 로만 웨이에 접어들었고 9km여 근사한 숲길과 완만한 언덕길을 지나니 #깔사디야 데 로스 에르마니요스 Calzadilla de los Hermanillos가 나타났습니다. 알베르게 앞집에 살며 관리하는, 친절한 오스삐딸레오 할머니는 특이하게 #캐나다 태생으로 36년 전, 조국이 G7에 가맹하던 해 유럽 여행을 왔다가 정착하게 됐다고 합니다.

헤어지면서 또 이상한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할머니는 이제는 아이들이 원하는 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 무엇도 될 수 없는 시대라 했습니다. 조국이 가맹한 G7, 친서방 선진국들이 #신세계질서 정립을 위해 연합했지만 같은 다민족 국가, 축출된 거대 연방에 공격받아 무너질 거라고 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창궐하다 잠시 주춤할 때, 인공 지진과 화마 등 전례 없는 자연재해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해 일어날 일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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