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언약] No. 68. 기묘한 날씨를 예언하다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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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장피에드포르 #순례자 사무소에서 순례자 여권을 신청하면서 당연히, 순례를 목적으로 했습니다. 순례 그 자체가 목적이긴 하나 왜 하려는지, 단지 종말이 오기 전에 유명한 순례길을 걸으려는 게 목적인지 그렇다면 그건 또 다른 여행이 아닌지 자문했습니다.

저녁 시간에 맞춰 알베르게로 돌아오자 70대가량 프랑스 할머니가 순례자들의 살과 피가 되는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할머니 하얀 머리는 분홍색 사암으로 덮인 이 마을과 잘 어울렸습니다.

할머니가 내준 송어 요리를 먹을 때였습니다. #피레네 순례길 정상은 1,450여 미터로 물과 간식을 꼭 챙기라고 했습니다. 높은 산길인 만큼 날씨도 오락가락할 거라고, 특히 내일 날씨가 심상치 않다고 경고했습니다. 날씨를 무시하거나 하늘만 바라보는 현 세태는 곧 사그라질 거라는 이상한 말까지 곁들였습니다.

늦게 도착한 순례자 몇몇이 시끄럽게 굴어 신경 쓰이는 정도, 혹 빈대가 붙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반으로 잠에 들었습니다.

꿈조차 없었던 흥분 가득한 첫날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새벽, 해가 뜨기 전에 가장 먼저 일어나 걸었습니다. 아무도 없고 안개만 자욱한 길. 이제 순례의 시작이구나, 하는 마음. 온도도 습도도 날씨까지도 모두 완벽했습니다. 본격적인 순례길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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