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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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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달러는 영향력을 잃고 있다. 한 예로 10년 전만 해도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는 70퍼센트 정도 달러로 채워졌었지만 최근에는 60퍼센트로 떨어졌다. 이 책의 주제처럼 세계 유일의 국제통화인 달러는 그간 누려온 ‘과도한 특권’을 잃을 운명에 처한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과거처럼 더 이상 세계경제를 지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다극화되어 가면서 세계통화와 금융제도 또한 다극화되어 가고 있다. 현재 미국이 세계무대에서 다른 나라와 역할을 공유하듯 유일한 국제통화였던 달러의 지위 역시 다른 통화에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나는 달러가 결국에는 유럽의 통화인 유로, 시간이 흐른 뒤에는 중국의 위안과 함께 국제통화의 자리를 공유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달러를 둘러싼 통념들은 대부분 틀렸다. 우선 인과관계부터 잘못되었다. 한 국가의 경제적·군사적 힘과 통화의 국제적 활용도 사이에는 일정한 관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통화에 국제적 위상을 부여하는 것은 발행국의 입지다. 어떤 통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발행국이 크고, 부유하며,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강하고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경우 모두 발행국의 경제적 기초체력이 기축통화라는 국제적 위상의 획득과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 Chapter 1 ‘금융시장에서 누리는 절대적 지위’ 중에서

1차대전 이전에 달러는 이탈리아 리라나 오스트리아 실링 같은 군소 통화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전후에는 중요도 측면에서 다른 모든 경쟁 통화들을 따돌렸다. 1924년에는 다른 나라들의 달러 보유액이 파운드 보유액을 앞질렀다. …… 국제통화의 자리바꿈이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1차대전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연준의 치열한 노력 때문이다. 앞으로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파운드가 1차대전으로 타격을 받은 것처럼 달러도 고질적인 재정적자로 타격을 받았다. 또한 연준이 뉴욕에 환어음시장을 육성하려고 노력했듯이 중국 정부도 상하이를 국제금융 중심지로 육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Chapter 2 ‘세계무대에 데뷔한 달러’ 중에서

--- Chapter 4 ‘시한폭탄을 안고 출범한 유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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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금융 패권은 누가 거머쥘 것인가
국제금융의 세계적 권위자 배리 아이켄그린이 내다본
달러 몰락 이후 국제통화스템의 미래

미국보다 미국 밖에서 더 많이 쓰이는 세계의 돈, 달러

미국 달러는 단순히 미국의 통화를 넘어서 세계의 통화였다. 또한 국제거래에 사용되는 지배적인 단위이자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가 대외 지급을 위해 보유하는 준비통화였다. 100달러짜리 지폐의 4분의 3 이상이 미국 밖에서 통용되고 있다. 유가도 달러로 매겨진다. 미국을 거치지 않는 수출입을 포함한 국제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화폐로 쓰이는 것도 달러다. 한국과 태국은 대미 수출 비중이 20퍼센트에 불과한데도 80퍼센트가 넘는 국제거래에서 달러로 가격을 표시한다. 세계적으로 달러를 이용하는 외환거래의 비중은 85퍼센트에 달한다.

“미국의 해외투자는 달러 약세로 그 가치가 늘어났다. 다시 말해서 해외투자에 따른 이자와 배당금을 환전하면 더 많은 달러를 받을 수 있었다. 달러 절하로 미국이 얻은 이익은 거의 4,500억 달러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서 해외부채의 가치는 아무 변동이 없는 가운데 해외투자의 달러 가치가 그만큼 상승한 것이다. 이 이익은 6,600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에 따른 부채 증가분을 크게 상쇄시켰다. 덕분에 미국은 총생산보다 6퍼센트나 더 소비하면서도 해외부채를 거의 늘리지 않을 수 있었다. 또한 금융위기의 와중인 2008년에도 미국 정부는 저리로 거액을 빌릴 수 있었다. 외국인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가 가장 안전한 통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24쪽)

아이켄그린은 이에 대해 “국제금융체제를 위험에 빠트린 불장난에 기름을 대주는 것은 전혀 합꺸적인 일이 아니었다. 미국은 더 이상 과도한 특권을 누릴 자격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국제금융체제의 새 판은 어떻게 짜야 할까? 위안과 유로는 달러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달러의 영향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차세대 국제통화의 자리를 두고 위안과 유로가 달러와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달러의 경쟁 통화에는 결점이 있다. 유로화는 ‘국가가 없는’ 통화이고, 위안화는 ‘국가의 개입이 너무 많은’ 통화이기 때문이다.
신흥 글로벌 통화는 달러도 그랬고 유로도 그랬듯 갑작스럽게 등장했다. 아이켄그린은 위안화를 주요 준비통화로 보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의 리더십은 아직 금융 자유화를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중국을 독일보다는 1960년대 후반의 일본과 더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1960년대 후반 일본의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엔화가 국제화를 이끌 가능성이 있었지만 일본 정부는 준비통화가 되기 위해 환율을 조작하는 것을 무역수지 때문에 부담스러워했다.

차세대 기축통화는 무엇이 될 것인가

무엇이 현존하는 여러 통화 간 거래의 국제적인 매개물이 될 수 있을까? 아이켄그린은 금본위제나 다른 상품본위제가 다시 출현할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더 가능한 대안은 IMF가 만든 국제준비자산인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 SDR)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SDR이 일상적인 국제 통화 매개체로 상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는 이에 대해 “추상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실질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표현한다. 글로벌 정부가 없는 한 글로벌 중앙은행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SDR을 발행하는 과정은 꽤나 번거롭고, SDR이 거래될 수 있는 사적 시장도 없다. 또 달러와 유로를 합한 몫은 SDR을 포함한 다른 통화의 80퍼센트에 근접한다.
아이켄그린은 국제통화의 자리가 하나뿐이라는 믿음이야말로 근본적인 오류라고 말한다. 그는 향후 중국 인근 국가들은 위안으로, 유럽 인근 국가들은 유로로, 미국 인근 국가들은 달러로 거래하는 시대, 즉 복수 국제통화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직 한 국가만 국제통화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깊이와 넓이를 지닌 금융시장을 가지라는 법은 없다. 20세기 후반에는 한 나라만 그런 금융시장을 가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국제금융시장의 내재적 특성이 아니다. 따라서 복수의 국제통화가 공존하는 시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유로는 그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중국도 복수의 국제통화가 공존하는 시대를 추구한다. 중국의 의도는 달러의 왕좌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중국은 지나칠 만큼 달러에 투자한 상태다. 그러나 중국은 달러 투자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위안화에 보다 국제적인 역할을 얼마든지 부여할 수 있다. 인도의 루피나 브라질의 헤알 같은 신흥국 통화들도 위안화가 나아간 길을 따를 것이다.”(28쪽)

달러 폭락, 최악의 시나리오

미국의 상황이 달러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우려를 촉박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은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며, 세계 최대의 금융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유로에 연동된 통화는 27개인 데 비해 달러에 연동된 통화는 54개(2009년 중반 기준)나 될 만큼 국제거래에서 지배적인 기준통화로서의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 아이켄그린은 시장 패닉이나 정치적 분쟁 때문에 달러가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해외자본이 왜 달러의 폭락을 막아줄 수밖에 없는지 설명한다.

“외국 정부들은 정치적 계산을 떠나서 재무부와 연준을 도와 달러의 폭락을 막는 것이 이득이다. 달러가 폭락하면 수출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고, 투자자들이 가만히 앉아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이처럼 달러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국제금융체제를 안정시키는 일에는 모든 나라의 공통된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따라서 미국의 주요 채권국들도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연준과 마찬가지로 다른 중앙은행들도 시장 개입을 통해 이득을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관련된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파국을 막을 것이다.”(273쪽)

아이켄그린은 달러 폭락의 가장 현실 있는 시나리오는 미국의 재정정책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이 시나리오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빠지는 것을 가정한다. 투자자들이 미국의 상황이 구제불능이라고 판단한다면 한꺼번에 출구로 몰려갈 것이다. 해외투자자들이 국채를 투매하면서 채권가격이 폭락하고 금리가 폭등할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면 미국은 유럽이 2010년에 겪었던 것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시달릴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단시일 내에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럽의 전례를 보건대 위기를 피하는 데 필요한 단계를 밟을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아이켄그린은 그럼에도 “달러의 운명이 중국이 아니라 미국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은 좋은 소식놡이라며 “증세와 재정지출 삭감을 동시에 시행”하는 등 미국이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추천사

달러의 흥망성쇠에 대해 매력적이고 읽기 쉽게 기술한 책!
경제사가로서 금융제도의 역사를 능숙하게 설명하며 미래에 대한 전망 또한 제시한다.
- 이코노미스트

거시경제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과 역사적인 해박함, 국제 역학관계에 대한 분석력이 총망라된 보기 드문 수작이다.
- 파이낸셜타임즈

무엇보다 간결하고 읽기 쉽다. 달러의 흥망성쇠와 관련된 역사적 인물과 사건, 국제통화를 둘러싼 음모, 복잡한 통화와 무역제도의 탄생 배경 등 국제통화제도를 재미있게 구성한 역작이다.
- 비즈니스인사이더

달러가 어떻게 과도한 특권을 누리게 되었는지, 달러가 앞으로 세계경제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가장 쉽게 설명한 책!
- 블룸버그뉴스

달러의 지위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역사적으로 생생하게 기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통화가 직면한 미래에 대해서도 예리하고 균형 잡힌 논의를 담고 있다.
- 리아콰트 아메드(《금융의 제왕》 저자)

모든 사람들이 국제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지금, 과장된 것에서 진실을 선별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아이켄그린은 이 일을 명료하게 수행하고 있다.
- 세바스티안 맬러비(미외교관계위원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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