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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 초기에 왕릉으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 건축물. 무덤이란 것이 중론이지만 아래 단락에 나오듯 그냥 무덤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사후세계로 가기 전 영혼의 임시 거처라는 주장 등 여러 가설이 난무하는 중인데, 남아있는 피라미드 중 도굴 당하지 않고 내부가 온존되어 있는 피라미드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가설 검증이 불가능한 상황.
2. 설명[편집]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전세계의 피라미드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으로, 특히 기자의 대피라미드들은 고대로부터 매우 유명해서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기도 하는데 연대 자체는 이미 사라진 7대 불가사의의 6개 건축물보다 2천년 가량 더 오래됐다. 현대를 기준으로 대략 4000년에서 4700년 전의 유물이다.[4][5] 현대인인 우리가 보기에 콜로세움이 2천 년 전의 고대유적이듯, 고대 로마인들이 보기에도 이집트 피라미드는 2천 년 전의 고대유적이었다. 쉽게 말해서 고대 로마 시대의 인물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 7세 입장에서 피라미드를 짓던 시기보다 현재 지구상 가장 높은 건축물인 부르즈 할리파를 건설한 시기가 더 가깝다.[6]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사후세계에서 되살아난다고 믿었기 때문에 죽은 파라오가 살 사후세계의 왕궁을 짓는다는 개념에서 만들었다. 즉, 기본적으로는 무덤으로 설계된 것이다.[7] 지금은 거의 피라미드만 남았지만 건설 당시에는 근처에 신전과 제사를 지내는 공간, 피라미드를 둘러싼 긴 벽 등 부대시설이 함께 있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엄청나게 크고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모습이며, 피라미드를 구성하는 사각돌의 크기부터가 장난 아닌 데다가 건축물의 수평 등이 매우 정밀해 찬탄을 자아내게 한다. 인상이 매우 압도적이라 동시대 이집트인은 물론이고, 주변 국가와 후대의 문명, 특히 유럽에 큰 영향을 남겼다. 특히 이집트 최대의 피라미드라 불리는 쿠푸왕의 대피라미드는 2.5톤 무게 사각돌 300만 개를 사용했다고 한다.[8] 이 피라미드가 기원전 2560년에 146 m 높이를 달성한 이후로 인류는 무려 3871년 동안 이보다 높은 구조물을 짓지 못했다. 기원후 1311년에 이르러서야 높이 160 m인 영국 '링컨 대성당'의 첨탑을 지음으로써 이 수치를 넘어섰다.[9]
이 거대한 피라미드들이 수천 년 동안 보존된 이유는 건축물에 치명적인 강수와 식물이 적은 환경 덕분이다. 그래서 미국 애리조나/네바다주의 후버 댐에 이어서 인류가 멸망하더라도 가장 오래 보존될 건축물로 손꼽힌다. 게다가 구조물 크기나 각 부재의 크기가 무식하게 커서 풍화를 상당히 오랫동안 견딜 수 있었다. 벽돌로 지은 초기 피라미드는 거대한 돌로 지어진 피라미드보다 보존 상태가 안 좋다.[10]
사실 맨 처음 지어질 때에는 저렇게 우둘투둘하지 않았으며 매끈하게 다듬은 흰색 석회석을 외장으로 사용하여 번쩍였다는데, 세월이 지나며 약한 외장은 떨어져 나가고, 후대 사람들이 돌을 떼어내서 다른 곳에 쓰는 바람에 저렇게 거친 표면이 되었다.[11] 심지어 피라미드가 지어진 고왕국 당시에도 후대 왕들이 선대 왕들의 피라미드에서 석재를 약탈해 자신의 피라미드들 짓는 일이 있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옛 석조물에서 새 석조물의 자재를 마련하는 일이 빈번했다. 가령, 기념물을 많이 건설했기로 유명한 람세스 2세의 경우 명백히 피라미드에서 석회석을 채취해 사용했다. 심지어 신왕국 말기쯤 되면 민간인들조차도 (재력이 되면 석회석을, 그렇지 못한 이들은 벽돌을 가져가며) 피라미드를 채석장처럼 사용했다. 또한 카이로를 세우는 와중에도 바로 옆에 있는 기자 3대 피라미드에서 그때까지 남았던 외장재 대부분을 벗겨내어 카이로 공공건물의 자재로 전용하였다.
원래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를 '피라미드'가 아니라 메르(Mer)라고 불렀다. 하지만 기원전 그리스의 관광객들이 본국에 돌아가 피라미드를 설명하기 위해 그들이 먹는 삼각형 모양의 과자 피라미스에 비교했기 때문에 '피라미드'란 명칭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현재 이집트에서 이집트어는 거의 사용되지 않으므로 메르라는 용어도 잘 쓰이지 않는다. 현대 이집트 아랍어로 피라미드는 el-harram(الهرم)이라고 부른다. 어간 هرم은 '늙은'이란 뜻이므로 어간 그대로 받아들이면 '오래된 것' 정도 의미이다.
사실 피라미드의 위상에 가려서 그렇지 이집트의 석조 건축의 수준과 의의는 피라미드 외의 것들도 대단히 놀라운 수준이다. 신전 유적 등을 보면 이집트인이 석조 건축의 기본을 스스로 개발했음을 볼 수 있다. 원래 피라미드 주위에는 장례나 제사를 위한 신전과 부대시설,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한 긴 벽 등을 세웠다. 여기에서 발전하여 돌기둥을 벽에 연결시킨 원시적인 구조가 나오고 차근차근 더 발전해 벽에서 독립되어 세워진 돌기둥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을 구현하였다. 이집트 건축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크레타 섬의 문명이나 고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같은 것도, 이집트의 대담한 시도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못했다.
3. 기원과 건축 양식의 발달[편집]
피라미드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개선되고 발전했음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원래 이집트에는 마스타바(مصطبة, mastaba)[12]라는 벽돌식 단층 무덤을 지어 매장하는 관습이 있었다. 여기에는 완성된 양식의 피라미드에 사용한 거대한 돌과 달리 비교적 크기가 작은 벽돌을 사용했다.
조세르(Djoser)[13]라는 파라오 시대에 이르러 그 유명한 이모텝은 조세르의 마스타바를 공사했는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당시 이집트에는 파라오가 살아 있는 동안 계속해서 그의 무덤을 공사해야 하는 법도가 있었는데, 마스타바가 완성되어도 조세르는 멀쩡했던 것. 그래서 이모텝은 공사를 확장시키기 위해 마스타바 위에 작은 마스타바를 올리는 계단식 마스타바를 구상하고 실행했다. 이로써 마스타바는 다층의 계단식 피라미드가 되었다. 심지어는 위로 층을 올렸는데도 여전히 왕이 죽지를 않으니 옆으로 확장한 흔적도 있다. 원래 지하에 석실이 있는 마스타바의 구조를 그대로 따랐기 때문에 지하에 석실이 몰렸다.
조세르 피라미드 유적지에 프타호텝의 마스타바와 Ty의 마스타바가 있다
전체가 무너지진 않았지만 공사 도중에 외벽이 붕괴한 것 같다. 이런 실패작이 스네프루를 만족시킬 리가 없었는지 결국 완성도 안 하고 그냥 버렸다. 당연히 이 피라미드에는 스네프루가 묻히지 않았다.[16] 이를 '메이둠 피라미드'라고 부른다.
스네프루의 건축가들은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여 벽돌보다 크고 단단한 돌을 사용해 건축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공사 도중에 하중 때문에 돌에 금이 가버렸다. 돌의 크기가 필요치보다 너무 작았고, 바닥 면적에 비해서 경사가 너무 급했다. 그래서 건축가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하게 주변에 돌을 더 쌓아 바닥 면적을 늘리고, 피라미드 높이의 절반 정도에서 경사를 확 낮춰 쉽게 마무리해버렸다.그래서 보통 최종적인 피라미드의 완성형은 카프레왕의 피라미드라고 말한다. 이는 쿠푸왕의 피라미드보다는 3 m 작지만, 내부가 안정되었다. 쿠푸왕의 피라미드에서 사용한 화강석 석실도 버렸다. 이렇게 해서 피라미드 건축술이 완성되었다. 특히 이 피라미드의 윗부분은 건축 초기의 매끈한 모습이 풍화나 석재 떼어가기를 견디고 비교적 많이 남았다. 직접 올라가본 관광객들의 말에 따르면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맨위쪽의 석재를 도둑질해갈 사람은 없으리라고 할 만큼 크다.
물론 이 외에도 멘카우라의 피라미드를 비롯한 많은 이집트 피라미드가 있으며, 사실 스네프루의 피라미드 이후에도 계단식 피라미드거나 마스타바를 만든 파라오들도 있다.
4. 몰락[편집]
이러한 피라미드는 한동안 무덤으로 쓰인 모양이지만, 훗날 고왕국이 쇠락하면서(제1 중간기) '귀족의 자식이 노예가 되고 노예의 자식이 귀족이 되는 세상'이라는 당대의 기록을 볼 때 엄청난 사회혼란이 있었던 듯하다. 당시 지난 5천 년 중 최악의 가뭄이 닥쳐 어른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아이들을 구워 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역병과 정치적 혼란은 덤. 이집트는 근 2백 년간 혼란에 휩싸였다.[17]
이 때문에 피라미드같이 복잡하고 거대한 건축물을 축조할 수가 없었고 심지어 기존의 피라미드를 훼손하기까지 했다. 결국 중왕국시대에 이르면 단단한 석재 대신 진흙 벽돌로 속을 채우고 겉을 포장용 석회암으로 바른 피라미드를 만들기도 했지만 그나마도 안전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내부 자재가 부실한 탓에 모두 침식되어버려 오늘날 남은 중왕국시대 피라미드들은 그냥 흙무더기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상태가 나쁘다. 그나마도 중왕국 후기에 이르면 힉소스인의 침입도 그렇고 피라미드를 만들 재력이 안 되어서 그냥 바위산에 굴을 파고 매장했다.12왕조시대 파라오 아마넴헤트 3세(Amenemhat III)의 벽돌 피라미드. 기자의 대 피라미드와 비교하면 이게 더 옛날 피라미드로 보일 만큼 상태가 나쁘다. 아마넴헤트 3세의 생존년도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저 벽돌 피라미드는 기자의 대 피라미드들보다 적어도 800~900년 뒤에 건축된 구조물이다.
이집트가 다시 국력을 회복한 신왕국 시대에 와서는 지난 세월의 환란 속에 피라미드 건축법을 이미 잃어버린 데다가 정치적, 종교적 상황도 변화하였고, 수도를 고왕국 시대의 북부 이집트 멤피스에서 남부 이집트 룩소르로 옮기면서 최고신도 태양신 라에서 창조신 아문으로 바뀌게 되는 등, 피라미드를 건축할 이유도 사라졌기 때문에 왕의 시신은 주로 왕가의 계곡이라는 곳에 매장했다. 그 유명한 투탕카멘의 무덤도 피라미드가 아닌 왕가의 계곡에서 발견되었다. 왕가의 계곡은 오랜 세월 비밀이다가 19세기에 들어서야 발견됐는데 대부분 도굴당한 상태였다고 한다. 해당 문서에 들어가보면 알 수 있겠지만, 예부터 쓰였던 무덤 마스타바와 피라미드는 눈에 띄어도 너무 띈다. 그래서 수백~수천 년간 도굴꾼에게 시달렸다.
그래서 아예 사막 속 암반 계곡에 굴을 파고 거기에 왕족의 미이라와 부장품들을 안장한 것. 왕족들 입장에서 잊힌 기술인 피라미드 건축법을 재건하기 위해 막대한 지출을 할 이유가 없을 뿐 아니라 도굴로부터 그나마 더 안전한 사후세계가 보장된 새로운 장례지 선정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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