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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투자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절대로 투자가 목적이 아닌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펠프스의 조언이다. 주가가 출렁거리고 있기 때문에, 또는 자본 이득을 실현하여 다른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주식을 팔지 마라. 드물지만 팔아야 할 때가 있는데, 그것은 실수했음이 명확해질 때다. 펠프스에 따르면 모든 매도는 실수했음을 고백하는 일이라고 까지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주식을 보유했던 기간이 짧을수록 주식을 매수할 때 더 커다란 실수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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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경우 채를 쥐는 방법과 자세를 조금만 바꿔도 훨씬 잘 칠 수 있게 됩니다.
2015년 우리의 추억을 되살렸던 화제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중에는 의외로 주식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바둑 천재 최택이 상금으로 받은 5,000만원을 어떻게 관리할지를 두고 동네 사람들이 토론을 벌이는 장면이다. 이때 정환이 아버지 김성균은 삼성전자, 한미약품, 태평양화학 이 세 회사의 주식을 자기 친구가 사라고 했다며 주식 투자를 권하고, 성동일은 그 말을 비웃으며 주식 값이 오를 대로 올랐으니 은행에 저금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당시 이자율은 15%였다.
이 장면이 웃음을 자아내는 이유는 우리가 미래를 알기 때문이다. 성동일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은행 이자는 이후로 계속 떨어진 반면, 삼성전자, 한미약품, 태평양화학(현재 아모레퍼시픽)은 그 당시에 사서 지금까지 들고 있었다면 누구나 부러워했을 법한 최강의 주식들이다. 최택의 상금 5,000만원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면 2015년에는 무려 66배인 약 33억이 되었을 것이다. 드라마에 보면 당시 은마 아파트가 5,000만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것을 샀다면 11억원 정도다. ‘부동산이 최고’라는 우리 인식과는 달리 주식이 가장 수익성이 좋은 투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사실을 알더라도 선뜻 주식 투자를 선택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삼성전자, 한미약품, 태평양화학 주식이 어떻게 될지 당시에 알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아직 저렴할 때 삼성전자와 같은 주식을 발견할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응답하라 1988]의 교훈을 체계적인 투자 전략으로 만들 수 있다면? 『100배 주식』이 바로 그런 책이다. 저자 크리스토퍼 메이어는 1962년부터 2014년 사이에 미국에서 100배가 되었던 주식 365개를 분석하여 오늘날에도 충분히 활용해 볼만한 합리적인 투자 전략을 제시한다.
한눈에 파악하는 최강 주식의 비밀
메이어가 제안하는 100배 주식 투자 전략의 핵심은 두 가지인데, 그중 하나는 ‘시간’이다. [응답하라 1988]에서 삼성전자 주식은 27년 뒤에 66배가 되었다. 좋은 주식을 고르기만 한다면 그것이 가장 강력한 투자법이 되는 이유는 바로 ‘복리의 힘’ 때문인데, 이 힘은 시간이 있어야만 제대로 발휘된다. 20퍼센트 수익률의 주식을 25년 보유하면 100배가 된다. 그러나 20년 보유하며 그 반대도 못 미치는 40배다. 진정 높은 수익률은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서 주식을 사고팔고 싶은 욕망을 억제해야 맛볼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알듯이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주식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불안하고 오르기 시작하는 주식이 있으면 욕심난다. 그렇지만 워런 버핏이 말했듯 평생 주식 투자를 20번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신중하게 고른 주식이라면 믿고 기다리라고 저자는 말한다.
다른 하나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성장’이다. 보통 성장이 아니라 빠르고 강력한 성장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하나는 ‘낮은 주가배수’다. 즉 주식 가격이 너무 비싸서는 안 된다. 지금 애플이나 IBM 주식을 사서 그것이 몇십 배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그렇다고 아주 작은 초소형주를 사라는 것도 아니다.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만큼의 정보가 있는 기업을 골라도 충분히 좋은 지식을 찾아낼 수 있다. 저자가 분석한 100배 주식들의 매출액 중간값은 약 1,700만 달러, 즉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들이었다.
그렇다면 주식을 고를 때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가? 재무재표를 비롯한 다양한 자료를 참고해야겠지만 저자가 가장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경영자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적 해자이다. 경영자는 어떤 사업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그 전략을 어떻게 추진해 가지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즉 재무제표로는 파악하기 힘든 비전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소유자-경영자, 즉 경영진이 높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에 주목하라고 한다. 회사를 성장시킬 유인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해자는 다른 기업이 따라잡기 힘든 그 회사만의 경쟁력을 의미한다. 그것은 핵심 기술에 대한 특허권이나 노하우일 수도 있고, 가격일 수도 있다. 형태는 다양하지만 중요한 것은 좁든 넓든 한 시장을 장악할 만한 요소가 있느냐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탄탄한 사례 분석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추상적인 개념어만 남발하지 않는다. 누구나 알 법한 최고의 주식들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도 함께 제공한다. 주식 투자자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몬스터 베버리지, 가장 매출 규모가 큰 회사 중 하나로 꼽히는 아마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펩시, 스포츠 게임의 대명사 EA, 면도기의 대명사 질레트,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빠른 시간 내에 미국 최고의 케이블 회사로 발돋움한 컴캐스트 등을 자세하게 분석하여 공유한다. 이를 통해 앞에서 소개한 추상적인 기준들에 대한 좀 더 명확한 그림을 얻을 수 있다. 이 분석들은 여러 가지 통찰을 제공한다.
아마존의 경우 어떤 시점까지 주식 가격이 그다지 비싸지 않았다.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낮은 영업이익률을 유심히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아마존의 주식을 좋은 가격에 살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낮은 영업이익률은 높은 R&D, 즉 연구개발비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1998년 시점에 인터넷 소비 시장이 당시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 예측하기 그리 어렵지 않았을텐데, 그렇다면 그 시장을 생각하며 경쟁력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쓰는 회사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몬스터 베버리지의 사례도 유사하다. 경쟁이 치열한 음료 시장에서 몬스터 베버리지는 어떻게 성공했을까? 경영진의 결정이 중요했다. 몬스터 베버리지의 전신인 한센을 매입한 힐튼과 로드니는 제품 수를 줄이고 브랜딩과 유통망에 집중 투자했다. 음료 시장에서 유통과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레드불에게 시장 점유율을 내주는 실패를 겪으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경영자들의 비전과 전략을 지켜보고 그들을 믿고서 2004년에 몬스터 베버리지를 산 사람은 188배의 수익을 거두었을 것이다.
질레트의 경우는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와 특허권 확보를 통해 경제적 해자를 확보한 기업의 주식이 얼마나 강력하게 성장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고, EA의 경우 게임 개발의 핵심인 프로그래머들에 대한 대우와 사내 문화가 역시 주목해야 할 요소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불황과 저성장을 이겨내는 투자 전략
저자가 제시하는 100배 주식 전략이 오늘날과 같이 경제 전체가 높은 성장을 구가하지 않는 시기에는 현실적이지 않는 전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응답하라 1988]의 시대니까 삼성전자, 한미약품, 태평양화학이 가능했지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보았듯이 몬스터 베버리지는 2004년 이후에 100배 주식이 되었다. 그것도 이미 포화 상태라고 보아도 무방할 청량음료 시장에서 그랬다. 아마존은 기술 발전이 열어젖힌 시장에서 앞서가는 기술력으로 빠른 성장을 구가했다. 불황과 저성장의 시대에도 기술 발전이 일어나고 시장이 변화하며 혁신이 등장한다. 오히려 그런 시기일수록 저평가되는 주식들이 생겨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들이 전개된다.
상황에 맞추어서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오히려 오늘날과 같은 경제 환경에서 더 위험하다. 왜냐하면 시장 상황을 파악하여 주식을 자주 거래할수록 올바른 판단을 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적절한 자본 공급을 받지 못했을 뿐, 비전이나 기술력을 생각했을 때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찾는 일이 더 가능성이 높고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저자가 제시하는 기준을 따르면 반드시 100배 주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주식에는 늘 위험이 있다. 그러나 좋은 주식의 기준을 알고 그것을 이용해 선택한 주식들을 오래 보유하고 있으면 그중 하나 둘이 나머지 실패를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접어보기
추천평
투자를 많이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잊어버려서 묻어두었던 주식이 어느 날 보니 수십배가 되어 놀랐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기억을 체계적인 투자 전략으로 구성해 가격 등락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 장기 투자의 힘을 일깨워 준다.
- 서준식(『다시 쓰는 주식투자 교과서』 저자, 신한BNP파리바 자산운용 부사장)
가수가 인정하는 가수, 배우가 인정하는 배우처럼 같은 분야의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전문가의 전문가가 있다. 투자의 세계에서 송선재(와이민)는 그런 존재다. 그가 직접 선택하고 번역한 이 책은 분명 한국 자산시장과 독자들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릴 것이다.
- 채상욱(『다시 부동산을 생각한다』 저자, 하나금융투자 건설 부동산 애널리스트)
워런 버핏은 이렇게 물었다. “여러분, 인생을 통틀어서 총 20번만 투자를 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세요. 그래도 지금 투자하고 있는 기업에 계속 투자를 하시겠습니까?” 이 책도 같은 화두를 던진다. 이 책이 제시하는 체크리스트를 가슴에 새긴다면 성공하는 투자자가 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정채진(『기대 투자』,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 번역자)
책을 다 읽고 난 후, 마법 공식을 손에 쥔 느낌이었다. 경제 성장률이 낮아져 한국 주식시장에도 성장 주식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은 불을 밝혀 주는 등대와 같다. 주식에 관심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 정재원(2017년 올해의 펀드매니저, 프랭클린템플턴 투신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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