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의 시대, 고미숙, 근대적신체, 호열자, 천연두,우두법, 갑오개혁, 인두법, 시두법, 무속적세계관, 국전, 양생, 위생, 사상의학, 근대적매너, 호열자, 피병원, 청결비,매음녀

3 years ago

책머리에 04

1장 병리학과 기독교? 근대적 신체의 탄생
1. 병리학의 도래와 근대 19
문명개화의 적, ‘똥’? 19 | 병인체론과 ‘생체권력’(bio-power) 28 | 건강한 신체, 건강한 국민! 33
2. 기독교의 병리학적 구조 37
기독교, 문명, 인간주의 37 | 병은 악마, 의사는 사제? 42 | ‘사회생물학’적 메타포들 47
3. 맺으며 ? 《간장 선생》에 대한 단상 50

2장 몸: 병리학적 테제 1 ? 거리를 유지하라
1. 내 몸은 ‘나의 것’이 아니다?! 59
2. ‘가시성’의 배치 63
‘똥’의 몰락 63 | ‘보이는 것’만이 진리다 69 | 더러움과 잔혹함 74
3. 양생(養生)에서 위생으로 77
사상의학 77 | 해부병리학 81
4. 근대적 ‘매너’의 탄생 88
5. 맺으며 ? ‘사랑을 위한 과학’ 95

3장 몸: 병리학적 테제 2 ? 뇌수를 개조하라
1. ‘사스’에 대한 단상 103
2. 전염병, ‘생체권력’의 장 106
호열자(虎列刺) 107 | 우두법 109
3. 너의 몸은 국가의 것이다? 112
청결비 113 | 피병원(避病院) 116 | 매음녀의 몸, 여성의 몸 119
4. 너의 영혼은 민족의 것이다! 123
양생의 메타포 124 | 혈통과 정신 125 | 심(心)에서 뇌(腦)로 129 | 영혼과 질병 132
5. 맺으며 ? ‘등산’과 ‘유머’ 137

4장 허준, 푸코를 만나다!
1. 기도의 효과 144
2. 몸 ? 무엇을 ‘볼’ 것인가? 147
신형장부도 147 | ‘비가시적인 것’의 가시성 150
3. 은유는 없다! 152
‘통즉불통’(通則不痛) 152 | 대체의학 154 | ‘유머’ ? 민옹(閔翁)의 치료법 157
‘비움’ ? 양생의 요체 159 | 은유로서의 질병 164
4. 질병, 섹스, 죽음에 대해 알아두어야 할 두세 가지 것들 165
생긴 대로 병이 온다 165 | ‘정’(精)을 아껴라 172 죽음, 삶의 또 다른 얼굴 177
5. 맺으며 ? 죽음에 대한 유쾌한 상상 183

부록 : 영화로 읽는 근대성
괴물 ? 위생권력과 스펙터클의 정치 188
책 속으로
▶지은이의 말
“병리학은 신체를 결핍과 질병의 온상으로 본다. 그래서 각종 의료기술로 늘 관리하고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런 사유가 진화한 예가 바로 성형중독이다. 자신감을 위해서라지만 이거야말로 자신에 대한 부정의 극치다. 자신의 개성을 지우고 누군가를 닮아 가려는 몸부림에서 존중감이 생길 리 만무하다. 우리 몸은 온갖 이질적인 존재들이 득시글거리는 타자들의 공동체다. 이 가운데 내가 조율할 수 있는 영역이 얼마나 될까? 거의 없다! 결국 내 몸의 주인은 내가 아니다! 그래서 슬프냐고? 아니, 그 반대다! 그것은 앎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을 무한히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극에 이끌리다 보면 아주 놀라운 장면을 발견하게 된다.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현장이 능동적으로 교차하는! 이 다이내믹한 현장과 조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병리학적 배치에서 탈주해야 한다. 그런데 그 이전에 이 배치의 기원과 원리를 좀더 세심하게 통찰할 필요가 있다. 즉, 계보학적 탐색이 필요한 지점이 여기다. 아는 만큼 길이 열릴 터이므로. 이 책이 그 길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희망한다.”(「책머리에」 중에서)

▶본문 중에서
“병리학이 도래하면서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는 견고한 장벽이 세워졌다.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둘러친 방어벽이 결과적으로 자신을 그 안에 가두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그 장벽 안에 갇혀서 사람들은 자연과의 거리, 타인과의 거리, 연인과의 거리가 세련된 도시인의 삶이라고 자명하게 받아들인다. 길거리에서 이질적인 것들이 뒤섞여서는 안 되는 것처럼 인간 사이에도 서로 ‘지지고 볶는’ 관계는 허용되지 않는다. 두렵기 때문이다. 고독과 우울이 근대인의 질병이 되는 건 그런 점에서 너무나 당연하다. 이러다 보니,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방법이 아니라, 덜 불행해지고 병에 덜 걸리는 게 사람들의 목표가 되어 버렸다. 고작 덜 불행해지기 위해 살다니! 이보다 더 초라할 순 없다!”(본문 2장 「몸 : 병리학적 테제 1?거리를 유지하라」)

“따지고 보면 병원이 장례식장이라는 건 매우 아이러니하다. 온갖 시체들이 그곳을 거쳐 나간다면 거기는 사기邪氣, 혹은 병원균의 온상지 아닌가. 그곳에서 어떻게 질병의 치유가 가능하단 말인가?(그래서 상갓집에 갈 때는 술을 약간 먹고 가는 게 좋다고 한다. 사기의 침범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태어남도, 죽음도 모두 병의 일종이 된 셈이다. 그렇게 되면서 결정적으로 우리는 죽음을 사유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태어남은 주도면밀하게 관리되고, 죽음에 대해서는 침묵을 강요받는 것. 그것이 우리가 서 있는 의학적 배치다. 사스처럼 정체불명의 전염병에 대해 히스테리에 가까운 과민반응을 하는 것도 죽음을 자연스런 과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인식론과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본문 4장 「허준, 푸코를 만나다」 닫기
출판사 서평
‘문명개화의 적’ 똥의 재발견을 통해 형성되어 가는 위생관념, 그리고 국가에 의해 관리되기 시작하는 신체와 질병의 현장으로 돌아가 오늘날 우리 시대 청결강박증의 기원을 파헤친다. 이를 위해 저자는 한국에서 근대적 지식의 토대가 구축되는 기원의 장인 근대계몽기로 돌아가 『독립신문』, 『대한매일신보』 등 당대의 신문자료를 통해 병리학과 위생관념이 생성되는 현장을 포착한다.
*고미숙의 근대성 3부작은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2001), 『나비와 전사』(2006), 『이 영화를 보라』(2008)를 주제별로 ‘리메이크’ 하면서 수정ㆍ첨삭을 가한 시리즈입니다.

양생의 시대는 어떻게
위생의 시대로 바뀌어 갔나?

19세기 말, 역사 이래로 한 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었던 ‘그것’이 구한말의 조선을 뒤흔들었다.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도 아니요, 별안간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느닷없이 ‘문명개화의 적’이 되어 버린 똥, 갑신정변의 풍운아 김옥균은 아예 “사람과 짐승의 똥오줌이 길에 가득하니 이것이 더 두려운 일”이라며 민가의 변소를 만드는 법에서부터 대소변을 수거하고 그 값을 매기는 데까지 조선의 ‘위생’을 위해 쫀쫀하다고 할 정도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똥이 무슨 죄가 있을까. 죄가 있다면, 느닷없이 똥을 견딜 수 없게 된 뒤바뀐 현실에 있는 것”이다. 그 현실 아래에서는 가옥 개량, 도로 교량, 위생법 실시 등 조선 전반에 걸친 ‘위생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당시에는 자기 똥을 내주고 돈을 내야 하며, 똥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거나, 위생비 때문에 경찰에 닦달당하는 처지에 놓이는 등 ‘위생위생 원수이고’, ‘위생이 곧 고생’이라는 원성이 자자했으나 그것은 이제 100년 전 일이고, 지금의 우리에게 위생은 ‘습속’이자 ‘무의식’이 되어 버렸다. 병리학이 이 땅에 유입된 때만 해도 세균을 몰아내고, 감염을 막기 위해 씻기 ‘시작’했던 우리는 이제 아무 ‘이유 없이’ 씻어 댄다. 근대계몽기에 유입되었던 위생관념이 지난 100여 년간 우리의 신체를 완전히 지배하게 된 탓이다.
‘고미숙의 근대성 3부작’의 마지막 권, 『위생의 시대 : 병리학과 근대적 신체의 탄생』에서는 우리의 몸이 어떤 과정으로 위생관념을 체화했고 결국 청결강박증에 빠지게 됐는지에 대한 계보학적 탐사가 시작된다. 그렇게 씻어댔음에도 불구하고 아토피는 물론이고 각종 피부질환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이유를 살펴보기 위하여, 자연스런 생명활동이 아닌 의료기술로써 우리의 신체를 관리하고 보완해 주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위생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는 “평상시 신체를 어떻게 조절하고, 일상의 리듬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생로병사의 과정을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잊게 되었다. 위생은 오로지 ‘병에 걸리지 않는 것, 세균을 축출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결국 위생은 인간의 삶을 한 없이 왜소하게 만든 것. 이를 충분히 깨달았다면 이제 “질병을 적대시하지 않을 뿐 아니라, 치유를 통해 삶을 새롭게 구성하는” 양생의 지혜를 되살릴 수 있다. 그 새로운 비전 탐구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위생의 시대’를 통찰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Loading comments...